직장 및 일상생활 노하우

삶이 지치고 힘들 때 - 바키형

바키형 2023. 2. 12. 09:21

삶이 지치고 힘들 때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 누구나 각자의 삶에서 힘들게 지내고 있을 것 같아. 어떤 사람은 금전적으로, 어떤 사람은 감정적으로, 특히 2030세대는 최소한의 경제적 안정도 보장받지 못한 채 미래에 대한 걱정에 잠도 못 이룰 정도 일 거고. 재테크와 회사생활 노하우를 알려주려는 취지로 글을 쓰거나 영상을 제작을 시작했지만, 당장의 재정적인 여유가 없거나 아직 취업전이라면 이런 노하우들은 아무 의미가 없을 거야. 그래서 오늘은 지식적 노하우가 아닌, 내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사례를 얘기해보려고 해.

1. 시작은 항상 어렵다

내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회사를 알아볼 때, 역대급 취업난이라는 기사와 함께 회사들이 인원을 감축하던 시기였어. 물론 지금에 비하면 훨씬 낫다고 할 수 있지만 그때의 사람들도 지금과 똑같이 어려움은 느꼈던 것 같아. 그래서 나 역시 많은 실패를 경험하면서 다른 길로의 도피까지 생각했었어. 첫 번째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내가 결정한 건 정면 승부였어. 내가 하려는 업무를 어떻게든 경험해보고 나서 후회 없이 결정하자는 생각이었어. 그래서 급여나 근무환경도 내가 원하던 수준은 아니었지만, 내가 하려는 업무를 배우기 위해 컨설팅 회사에 입사하려고 결심했어. 너무 힘든 환경이라 인력난이 심해서 금방 입사할 수 있었고, 열심히 하려는 마음으로 동기들보다 몇 배는 노력했었던 것 같아.
하지만 컨설팅 업계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야생 그 자체였어.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게 당연한 환경, 컨설팅을 의뢰한 고객과의 충돌, 생산성 없는 강압적인 주말 출근, 인격 모독하는 개념 없는 상사 등 무수한 장해물들이 있었고 오로지 일을 배우겠다는 일념 하나로 2년 반을 버텼어. 같이 입사한 동기들이 거의 남지 않았을 때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나로서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2. 재충전의 시간은 필요하다

퇴사하고 나니 내 몸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정상적인 삶은 살 수가 없는 상태였고, 삶에 대한 회의와 불신까지 생길 정도였어. 이런 속사정을 알 리 없는 가족들과의 거리감, 친구들과의 만남도 점차 없어지고 세상에 혼자 남은 것 같은 고립감에 무기력하게 4개월을 보냈어. 어느 정도 몸은 회복됐지만 마음은 여전히 힘든 상태였고, 언제까지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두 번째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됐어. 그때 예전 충돌했다던 그 고객에게 연락이 와서, 본인이 예전에 다녔던 회사에서 경력직 공고가 났는데 지원 한번 해보라는 얘기였어. 고맙게도 그때 고생했던 모습들을 기억해 주시고 알려주신 거였지.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지만,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번 노력해 보기로 결심했어. 추천해주신 회사는 누구나 알만한 전통 있는 회사였고, 평생까지는 아니지만 다닌다면 경력에도 큰 도움이 되는 회사였어.   

3. 새로운 시작도 항상 어렵다

경력직 면접을 보러 갔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동시에 면접을 보러 왔었고, 옆 사람은 심지어 나보다 경력이 훨씬 오래된 사람이었어. 열심히는 했지만 나의 2년 반의 경력으로는 부족해 보였지. 다행히 면접 내용들은 내가 고생하면서 배웠던 업무의 디테일한 부분이었고, 대답을 잘해서 6명을 물리치고 합격할 수 있었어. 컨설팅을 떠나 현업으로 처음 입사해보니 사람들이 천사로 보였어. 회사 분위기는 약간 보수적이었지만 다들 친절하게 대해주셨지. 하지만 업무 쪽은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었어. 내가 오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팀원 수가 반토막 나 있었는데, 내 업무 쪽을 유일하게 담당하던 사수는 곧 출산휴가를 떠날 예정이었어. 그래서 그 짧은 인수인계 기간에 어떻게든 많이 배워두려고 했지만 시간은 금방 지나갔어. 내가 하는 업무는 잘못되면 그 금액 단위가 상상 이상으로 크고 감독기관의 감사도 받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실수는 용납될 수 없는 부담감이 심한 업무였어. 계속 다녀야 할지 말지의 세 번째 선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

4. 적응과 인정은 노력이 필요하다

세 번 째 내 선택은 또 한 번 정면 돌파였어. 지난 회사에서의 트라우마와 왜 나한테만 이런 시련이 생기는지 원망도 들었지만, 여기서 도망치면 안 된다는 직감이 들어서 해보기로 결심했지. 그때부터 내가 한 일은 내가 하는 업무 과정을 기록을 남기는 거였어. 많은 업무를 혼자 해야 했기 때문에 부족한 업무시간에는 야근하고, 퇴근 전에는 내가 오늘 일했던 업무들을 매뉴얼같이 상세하게 기록했어. 주기적으로 하는 업무라 다음에 실수할 수도 있고, 나중에 후임이 온다면 인수인계하기도 편하기 때문이었어. 그렇게 10개월 동안 꾸준히 계속했고 새벽 퇴근이 일상이 됐을 때, 매뉴얼도 150페이지를 넘어갔어. 그때쯤 돼서는 업무적으로 안정을 찾고 주위 사람들하고도 친해지게 됐지.

5. 시련은 뜻하지 않게 온다

그러던 중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집안의 큰일이 생겼고, 나를 지탱했던 큰 부분을 잃게 됐어. 일도 손에 제대로 잡히지 않았고, 한동안은 영혼없이 회사를 다녀야만 했어. 1년 동안 고생했던 노력을 계속하기에는 내 정신이 너무 피폐한 상태였어. 이런 상태로 회사를 계속 다니는 건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피해기 때문에, 계속 다닐지 말지의 네 번째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어. 총 3년 반 경력이지만 그에 비해 이미 많은 걸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부르는 곳은 많았고, 분위기 전환으로는 선택만 한다면 이직할 수 있는 상황이었어. 그래도 내 선택은 남아있는 거였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때는 같이 일하는 후배도 있었던 상태였기 때문에 그 고생의 시간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였어.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시련은 일로 승화하자는 말도 안 되는 생각으로 일에만 매진했던 것 같아.

6. 인정은 바라는게 아니다

그렇게 3년 정도 더 열심히 해서 승진은 제때 됐지만, 업무적인 평가는 내가 한 만큼 제대로 평가받지는 못했어. 그때만 해도 평가 요소에 다른 많은 변수가 있었던 시기였기 때문이야. 심지어 소속 팀장들이 짦은 시간에 계속 교체됐던 불안정한 시기였기 때문에, 오는 팀장들에게 업무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었어. 운동선수에게 FA가 있듯이 회사원에게도 이직으로 몸값을 올릴 기회는 대리나 과장 진급 때인데, 어느덧 총 경력 7년쯤 됐을 때 나에게 다섯번 째 선택이 시기가 찾아왔어. 그동안의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봤던 친했던 주위 사람들은, 고생 그만하고 연봉 많이 받고 이직하라고 권유했었지. 하지만 내 선택은 남는 거였고, 역시나 이유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 때문이었어. 요즘 시대 감성은 아니지만, 같이 고생하면서 일했던 후배들을 버리고 간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아. 그때부터는 남에게 받는 인정은 신경 쓰지 않고,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를 잡기 위해 나 스스로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했던 것 같아.

7. 마무리

이야기의 결말이 해피엔딩인지는 아직 살아있어서 모르는 일이지만, 현재까지는 행복하게 살고 있어. 그동안의 큰 선택들이 지금의 내 인생을 결정했지만, 다른 선택을 했다고 해서 불행했을까? 삶이 지치고 힘들 때 우리는 행복해지는 올바른 길과 선택을 찾지만 누구도 정답을 대신 찾아줄 수는 없어. 내 선택에는 각각의 이유가 있었듯이, 각자만의 후회하지 않을만한 이유로 선택한다면 그 결과가 어떻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불행할 때마다 찾아오는 남과의 비교, 어둠의 유혹, 미래에 대한 걱정들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게만 집중해서 스스로 되물으면 선택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을 거야. 긴 얘기 들어준 사람들 모두 후회없는 선택으로 행복한 결말이 있으면 좋겠네. 그럼 안녕~